티스토리 뷰

반응형

연극 <알앤제이> 포스터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알앤제이>를 보고 왔는데요. 전석 매진된 공연이고, 힘들게 티켓팅했던 터라 기대가 컸습니다. 연극 <알앤제이>는 2021년 2월 5일부터 5월 2일부터 공연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각색한 연극이며, 각색은 Joe Calarco가, 연출은 김동연이, 우리말 대본으로 번역하는 작업은 정영이 맡았습니다. 기획과 제작을 담당한 제작사는 쇼노트입니다.

 

 학생 1 역할은 박정복, 기세중, 조은솔로 트리플 캐스팅이고, 학생 2 역할도 강영석, 이해준, 송건희로 트리플 캐스팅이 되었습니다. 학생 3은 오정택과 구주모, 학생 4는 송광일과 최호승으로 더블 캐스팅이 되었죠.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 정문

 동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나와 오르막길을 쭉 걸어올라가면 이해랑 예술극장이 나옵니다. 제가 갔던 날에는 비가 많이 와 즐기지는 못했지만 평소에는 벚꽃이 예쁘게 피는 길이라고도 하네요. 원통형 모양의 극장 외관이 독특하고 예쁘더라구요.

 

연극 <알앤제이> 캐스팅 보드

 제가 관람했던 날의 캐스팅입니다.

 

학생 1 (로미오) 役 박정복 배우

학생 2 (줄리엣, 벤볼리오, 존 수사) 役 강영석 배우

학생 3 (머큐쇼, 캐풀렛 부인, 로렌스 수사) 役 오정택 배우

학생 4 (티볼트, 유모, 발사자) 役 송광일 배우 

 

 박정복 배우와 강영석 배우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 공연을 보는 건 처음이었어요. 오정택 배우와 송광일 배우는 이름조차 알앤제이라는 공연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출연하는 배우가 많지 않은 소극장의 특성상 한 명의 배우가 여러 배역을 소화하게 되는데, <R&J>는 학생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대본으로 삼아 연극을 하는 극중극이다 보니 이런 1인 다역 같은 요소들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더라구요.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 자리

 제가 이날 앉은 자리는 '가'구역 J열 4번이었는데요. 대극장에 비하면 원체 규모가 큰 극장이 아니라서, 뒷자리에 앉았지만 표정은 얼추 보이는 자리였습니다. 중요한 장면에서 오페라글래스를 들어주었더니 편하게 관극할 수 있었습니다.

 

 단차가 좋지 않아 시야 방해가 심한 극장이 많은데, 이해랑 예술극장은 앞 열과 뒷 열 간의 높이 차이(단차)가 높아 시야 방해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앞사람 의자가 거의 무릎 정도에 위치할 정도였으니까요. 또한 연극 <알앤제이>는 거의 극장 전체를 무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뒷자리 자석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것도 많았습니다. 일례로 F열과 G열 사이에는 책상이 놓여 있는데, 특정 장면에서는 배우들이 그쪽으로 뛰어올라와 드러눕거나 발을 구르기도 하며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이러한 장면들은 뒷좌석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 연극 <알앤제이> 관람 후기

 

 연극 <알앤제이>는 억압받던 기숙사 학교의 남학생들이 당시 금서였던 <로미오와 줄리엣>을 대본으로 삼아 연극을 하며 내면의 감정을 깨닫고 해방감을 맛보는 내용이었는데요. 고전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분위기와 미장센이 특히 훌륭한, 굉장히 잘 만든 연극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알앤제이를 한여름밤의 꿈 같다고 이야기하던데, 정말 하나의 꿈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해서 봤던 연극이었어요. 

 

 알앤제이를 대표하는 소품은 바로 빨간 천일 텐데요. 학생들이 연극을 한다는 설정에 맞추기 위해서인지, <알앤제이>에는 거창한 소품이 나오지 않습니다. 오직 교복을 입은 네 명의 학생들과 붉은 천 하나가 있을 뿐입니다. 붉은 천은 짧게 교차하여 칼싸움으로 대치 중인 상황을 표현하기도 하고, 피를 토하며 죽는 장면에서 피 대신 활용되기도 합니다. 자칫하면 소품이 부실해 보일 수도 있는데, 이를 굉장히 적절한 곳에 활용해서 오히려 무대 환상(Theatrical Illusion)을 극대화시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극중극이라는 요소가 정말 흥미로웠는데요. 극 초반에는 장난스럽게 낄낄거리며 연기하던 학생들이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로미오와 줄리엣>에 한껏 몰입하는 모습이 재미있었어요. 즉흥으로 연극을 하던 설정이다 보니 로미오와 줄리엣 책을 종종 들여다보며 연극하곤 하는데, 이야기의 전개에 본인들도 실시간으로 충격받으며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더라구요.

 

 학생들이 다같이 발을 구르면 그 진동이 객석까지 전해져 오는데, 4D 연극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엔딩 씬에서는 모두가 발을 구르며 학생 1을 격려하고, 학생 1은 "어젯밤엔 꿈을 꿨어!"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며 붉은 천을 공중에 떨어뜨립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은유적인 엔딩이었다고 생각해요.

 

다만, 원작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내용을 대충이라도 알고 관람하지 않으면 전개를 따라가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원작의 대사를 거의 그대로 빌려 온 대본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하시는 분들은 조금 실망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만약 점수를 매긴다면 10점 만점에 9점 정도를 주고 싶은 연극이었어요. 고전 영미문학에 관심이 많거나 셰익스피어를 좋아하시는 분들, 무대의 미장센을 중요시하는 분들, 4D 연극이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연극 <R&J>를 적극 추천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