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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M 1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을 보고 왔습니다. 초연이 아닌, 여러 번 올라오며 사랑받았던 공연이기도 하고, 주변에서 좋은 평을 많이 들었기에 꼭 한번쯤 보고 싶었던 뮤지컬이었습니다.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은 2021년 3월 2일에 개막하여 이달(5월) 30일까지 공연합니다. 사실 2020년 겨울에 백암아트센터에서 올라왔던 공연인데, 코로나19로 인해 오래 중단되는 바람에 극장을 옮겨 연장공연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외국에서 라이센스를 따 번안한 작품이며, 다른 버전으로는 <미드나잇 : 앤틀러스>가 있는데요. 등장인물과 주요 넘버 등이 같고 의상이나 무대 등의 부분에서 변화를 준 버전이 <미드나잇 : 앤틀러스>입니다.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과 <미드나잇 : 앤틀러스>의 차이를 자세하게 알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 주시면 될 듯합니다.

https://namu.wiki/w/%EB%AF%B8%EB%93%9C%EB%82%98%EC%9E%87(%EB%AE%A4%EC%A7%80%EC%BB%AC)

 

미드나잇(뮤지컬) - 나무위키

비지터온 세상 빛이 힘을 잃은 밤모든 사람 두려움에 숨을 때권력자와 가진 자의 검은 그림자밝은 아침 해를 가려버렸지그때노크,노크,노크!그날이 찾아왔어노크,노크,노크!누군가가 왔어노크,

namu.wiki

 2021년 연장공연 캐스팅은 다음과 같습니다.

□ 비지터(Visitor) : 김찬호, 신성민, 이석준, 조환지 (쿼드 캐스팅)

□ 맨(Man) : 김지철, 정동화, 현석준 (트리플 캐스팅)

□ 우먼(Woman) : 김리, 김수연, 김소향 (트리플 캐스팅)

 

 개인적으로 트리플 캐스팅이 제일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쿼드 캐스팅부터는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원하는 페어 조합을 맞추기가 힘들어지거든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더블 캐스팅도 많았던 걸로 아는데, 요즈음은 쿼드는 흔하고 펜타(5인)까지 나오고 있더라구요.

 

 제가 관람했던 날의 캐스팅입니다.

 

비지터 役 조환지 배우

맨 役 김지철 배우

우먼 役 김리 배우

플레이어 1 役 김경민 배우

플레이어 2 役 박신애 배우

플레이어 3 役 김문학 배우

플레이어 4 役 김병무 배우

+) 양찬영 피아니스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뮤지컬에는 액터뮤지션(Actor + Musician)이 등장한다는 점이 특별한데요. 말 그대로 배우이자 오케스트라 역할을 하는 분들입니다. 넘버 반주와 노래, 연기 등을 모두 소화하시는 대단한 분들이에요. 또한 오케스트라 피트가 따로 존재해 관객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대극장 뮤지컬과는 달리, 피아니스트가 무대 위에서 연주를 합니다.

 

 세 배우 모두 이름만 들어보았지 실제로 공연을 보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조환지 배우의 경우 20대 중후반의 신인인데도 불구하고 실력이 출중하다는 소문을 많이 들었고, 김지철 배우김리 배우는 2020년 시즌의 미드나잇에서 평이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선택했습니다.

 

 TOM 1관 시야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제가 그날 앉았던 자리는 E열 15번인데요. 단차가 매우 훌륭하고 가리는 부분 없이 잘 보이며, 배우들과 눈높이도 잘 맞습니다. 다만 앞열과의 간격이 굉장히 좁고 의자가 특히 딱딱하다는 느낌이 있었네요. 그리고 유의하실 점은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의 조명이 좀 뿌옇습니다. 전에 <사의 찬미>를 관람하러 TOM 1관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에 비해 배우들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 관람 후기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은 스탈린 대숙청이 일어나던 시대의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매일 밤, 사람들이 어딘가로 끌려가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공포 시대에 살던 평범한 부부(맨, 우먼)에게 불길한 손님(비지터)가 찾아오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자신을 비밀경찰(엔카베데)이라고 소개한 비지터는 부부의 치욕스러운 비밀을 하나씩 밝히며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듭니다. 관람 뒤의 감상은 '정말 잘 만든 웰메이드 뮤지컬이다!'였습니다.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이 이렇게 완벽한 뮤지컬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요! 때로는 유쾌하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는 블랙 코미디 뮤지컬인데, 극 후반부로 가면 정말 충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였어요. 때로는 맨과 우먼의 지인을, 때로는 희생자를, 때로는 경찰을 연기하는 액터뮤지션의 활용 또한 정말 독특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액터뮤지션을 제외한다면 주연 배우는 딱 세 명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배우 한 명 한 명의 역량이 정말 중요한 극이라고 느꼈습니다. 특히 극을 이끌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등장인물은 단연 비지터(Visitor)인데요. 이 역할을 맡은 조환지 배우는 그렇게까지 찬사를 받던 이유가 있더라고요. 데뷔 4년차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여유가 뚝뚝 흘러 넘치는 대사톤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불안한 음정 하나 없이 쭉쭉 뻗는 고음도 좋았고, 강조해야 할 부분에서 성대를 긁는 듯한 발성을 내는 것도 감탄스러웠고요. 극중에서 곤봉을 휘두르는 장면('대령님' 넘버)을 비롯해 큰 동작을 하는 장면이 많이 존재하는데, 조환지 배우는 마치 애니메이션에 보는 것만 같은 큼직한 액팅감을 가지고 있어 관람하는 내내 정말 즐거웠어요. 속내를 숨긴 채 능글능글 뻔뻔하게 굴다가, '감히 내게 명령을 해!'라고 고함을 지르며 맨을 제압하는 장면에서의 위압감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네요. 여태껏 많은 뮤지컬을 봤고 마음에 들었던 배우도 많았지만, '이 배우는 뮤지컬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구나' 같은 우스운 생각까지 들게 하는 배우는 정말 처음이었어요…….

 

 김지철 배우 역시 정말 클래식한 '맨'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극중에서 '맨'은 비지터에 의해 그 위선이 폭로되는 인물이지만, 김지철 배우가 표현하는 '맨'은 결코 나쁜 사람 같지 않더라구요. 외려 '만약 내가 저런 상황에 놓였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자꾸 곱씹어 보게 만드는 인물이었어요. 극중의 맨-우먼 부부는 쇼윈도 부부라는 설정이 있던데, 김지철 배우와 김리 배우가 그리는 맨과 우먼은 쇼윈도 부부라기에는 서로 너무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너와 함께' 넘버에서는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듯한 눈빛으로 우먼을 바라보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김리 배우는 '우먼'이 인생 캐릭터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역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비지터에게 아빠 이야기를 듣기 전, 아버지 사진을 보며 부르는 '파파' 넘버를 들을 때는 정말 온몸에 소름이 확 끼치는 기분이었어요. 김지철, 김리 배우 둘 다 맨-우먼의 정석 같은 느낌이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완벽한 공연'을 보고 왔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더라구요. 

 

 점수를 매긴다면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은 관극이었습니다. 고어를 암시하는 요소가 나온다는 점만 유의하신다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블랙코미디 뮤지컬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현재 대학로 뮤지컬 중에서는 처음부터 회전문 관객을 겨냥하고 두세 번 이상 관람해야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모호한 이야기가 꽤 많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은 정말 잘 만든 이야기이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도 충분히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두 시간 동안 정신없이 빠져들고 싶으신 분들, 블랙코미디를 좋아하시는 분들, 뮤지컬의 리프라이즈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으며, 특히 '소극장 뮤지컬 입문'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을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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